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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여운

고양이와 나(0) - "왜 고양이야?"

 

투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꾼 뒤,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이들과 접속이 되었다.

그 중에는 한 30년 가까이 소식이 끊겼던 고등학교 친구도 있었다. 참 반가웠다!

고등학교 때, 우리는 다른 고등학교처럼 학년이 바뀌면서 반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한 반이 그대로 바뀌지 않은 채 3년을 함께 보냈다. 그래서 이 친구들과는 더 깊은 정이 들었다. 그럼에도, 몇몇 친구와는 지금까지 가족이나 진배없을 만큼 절친한 벗으로 지내고 있지만, 많은 친구들과 연락이 끊겼었다. 그렇게 끊겼던 친구가 안부를 전해왔으니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친구는,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던 이들이 늘 그렇듯이, 호구 조사를 시작했다. 결혼은 했느냐, 왜 아직까지 혼자냐.. 등등..

나는, 결혼은 안 했지만 딸린 식구가 있다고 대답했다. 내게는 고양이 식구가 여섯이나 있으니까...

그 친구는 카톡으로 자신의 사진을 보내주고는 내 모습도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스마트폰 사용이 서툴러 나중에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 뒤, 고양이로 인해 알게 된 이에게서 컴퓨터로도 카톡을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고, 컴퓨터에 카톡을 다운받았다. 그러고 나니 이 친구가 사진 보내달라고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그래서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들 중 내 모습이 담긴 가장 최근의 사진 두 장을 보냈다.

 

<2015년 7월, 다행이를 베고 있는 사진>

 

<2015년 10월, 다복이를 안고 작업하는 사진>

둘 다, 집에서 작업하던 도중 남겨진 사진이라 꾀죄죄하기 이를 데 없지만, 뭐 이게 평소 모습일 뿐만 아니라, 이게 가장 최근 남겨진 것이니 가장 정직한 지금의 내 모습일 터였다.

그런데 이렇게 두 장을 보내고 나니, 둘 다에 고양이가 들어있었다.

고양이가 여섯이나 된다는 사실과, 사진마다 고양이와 함께인 것이 이 친구에게 꽤나 생소한 모양이었다.

친구가 물었다.

"왜 고양이야?"

내가 답했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 우연히 고양이가 내 삶에 불쑥 들어왔달까..."

그러자 친구가 말했다.

"뭐든 생명체를 키우면 정이 들어서 떼어낼 수가 없지..서로 아이컨텍이 되는 것.."

 

 

 

계속해서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카톡을 끝내고 난 뒤, 친구의 물음이 잔상을 남겼다.

왜 고양이였을까...

내게 고양이는 무엇이었기에, 하나에서 둘로.. 그리고 여섯으로 늘어난 것일까...

 

<다소>

태어난 시기 : 2003년 8~9월쯤 추정

나와 동거 시작 : 2003년 10월 23일

 

<다람>

태어난 시기 : 2006년 3~4월 추정

나와 동거 시작 : 2006년 5월 8일

 

 

<다행>

태어난 시기 : 2013년 4월 27일

나와 동거 시작 : 2013년 4월 27일

 

<다복>

태어난 시기 : 2013년 4월 27일

나와 동거 시작 : 2013년 4월 27일

 

<다이>

태어난 시기 : 2013년 4월 27일

나와 동거 시작 : 2013년 4월 27일

 

<다라>

태어난 시기 : 2013년 4월 28일

나와 동거 시작 : 2013년 4월 28일

 

 

<그리고.. 다주리>

유기묘로 나와 연이 닿아

다-행복이라를 내게 남기고 무지개 다리를 건너...

지금은 내 마음 속에 살고 있는...

 

 

이들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기에 난 이 고양이라는 존재에 빠지게 된 것일까...

분명한 것은, 친구 말처럼 생명체이기에 정이 들어버린 것도 있겠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닌 듯...

그렇다면 다소 하나로도 충분했을 테니까...

 

그 어떤 존재도 한번 연이 닿으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남기기 마련일 테지만,

난 지금의 내 모습이 있기까지 고양이가 미친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동물을 대하고, 인간을 대하고, 세상을 대하는 시선과 자세에...

 

그것을 한번 차분히 돌아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고양이라는 존재를 실내에 들이고서부터 있어왔던 일들을 회상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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