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렸을 때는 비 내리는 걸 참 좋아했다.
중학교 다닐 때는...
비가 오면 버스도 안 타고..
우산이 있어도 일부러 비를 맞고 30여분을 걸어 집에 오곤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는 비 내리는 날이 싫다.
내리는 비님이야 무슨 죄가 있으랴...
비도 적당히 내려줘야 한다는 걸 모르지 않건만...
비 내리는 날은 마음마저 가라앉는다.
길고양이들은 이 비를 어디에서 피하고 있을까...
배를 곯고 있지나 않은지...
날은 점점 추워지는데...
따뜻한 집에서 다씨냥들과 뒹굴면서 낚싯대나 흔들어주고 있으면 딱 좋을 날씨지만...
그렇게 있자면... 마음이 더 불편해서...
결국 사료 가방을 챙겨 몸을 일으킨다.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몽땅이..>
급식소에 가 보니.. 그 위에서 내리는 비를 맞으며 몽땅이가 앉아 있다.
이눔아...
밥그릇 있는 우산 밑이라도 들어가서 있든가..
그 옆에 스티로폼박스집도 가져다 놓았건만...
이 차가운 늦가을비를 맞으며 청승을 떨고 있니...
내 맘을 아프게 해서 이런 날 안 나오고는 못배기게 하려고 그러니?ㅠㅠ
<밥을 주니 우산 아래로 와서 밥을 먹는 몽땅이>
<저 멀리 맨발이가 왔는데.. 몽땅이가 밥을 먹고 있으니 또 비를 맞고 기다린다.>
<우선은 전에 양순맘님 다녀갈 때 사다주신 닭가슴살 남은 거 하나 던져주니 그거부터 먹는 맨발이..>
<좀 떨어져 있는 그릇에 준 사료를 먹고 있는 맨발이>
맨발이는 아직도 나를 많이 경계하는 아이인데도..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몽땅이 먹고 있는 데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그릇에 밥을 주고..
비에 젖을까 우산을 받쳐주고 있었는데..
내가 있는데도 그곳에 와서 밥을 먹었다.
비가 내리니.. 먹을 것 얻기가 더 어려웠겠지...
허겁지겁 먹는 몽땅이나 맨발이의
비에 젖은 털을 보고 있노라니.. 또 가슴이 미어진다...
우리 다씨냥들은 집안에 있는데도 따뜻한 곳만 찾아 모여드는 때인데...ㅠ
내가 주는 이 사료가 별 거 아니지만...
이거라도 먹고 힘내렴...
이게 어쩌면 너희가 오늘 이 빗속에서 추위를 견딜 수 있는 힘이 되겠지.
너희들을 다 거두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