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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여운/반동방 게시글 스크랩(다주리)

다시 만난 주리와의 밀당

 

 

 

주리가 떠난 뒤... 열흘이 지나고... 보름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전에는 길어도 일 주일 안에 마주치던 녀석인데...

나타나지 않는 날이 길어질수록 제 가슴에 얹힌 돌팍의 무게가 점점 더 커져갔습니다.

 

무슨 해코지를 당한 것이 아니길...

제발 살아 있기를...

다른 길냥이들보다는 친화력이 있는 녀석인데

혹여 목줄을 풀어준 것 때문에 해를 당하는 건 아닌지...

 

 

 

주리가 사라진 지 달포가 넘어갈 무렵...

 

일이 있어 차를 몰고 나가다 주리와 비슷한 아이를 보았습니다.

차창을 내리고 이름을 부르자 멈칫 바라보더군요.

 

주리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차를 냅다 버려두고는 사료가방을 들고 이름을 부르며 급식소로 향했지요.

세상에나...

이 녀석이 제 이름을 알아들었는지... 냐웅거리며 따라오네요.

그냥 걸어오는 것이 아니라 나를 향해 무지막지 달려오더군요.

 

그렇게 주리와의 재회가 이루어진 것이 7월이었어요.

 

 

 

<재회한 날> 

 

 

 

그동안 얼마나 굶고 다녔으면... 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만큼 말라있더군요. 

반가움에... 안쓰러움에... 차오르는 울음을 참아야 했습니다.

 

그래도 살아있으니 됐어... 살아있으니...

 

 

 

<비쩍 마른 몸>

 

 

생각 같아서는 당장 포획이라도 하고 싶건만...

일 때문에 나가던 거라서 밥 먹는 것을 잠깐 바라보다 일어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짧은 만남이 있고 난 후...

무려 세 달 가까이 다시 녀석을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그때 지하상점에서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한결 마음이 편해진 것은 사실이었으나...

녀석의 말랐던 몸이 내내 눈앞에 아른거리더군요.

 

 

 

녀석을 다시 만난 건 여름도 다 가고

가을이 깊어 서늘해진 10월의 한밤중이었습니다.

여전히 비쩍 마른 몸으로 배회하고 있더군요.

먹을 걸 주었더니 허겁지겁 먹습니다.

 

 

 

<여전히 비쩍 마른 몸> 

 

 

 

 

<물까지 마시고 나서 한숨 돌리는 주리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수컷 몽땅이...>

 

 

 

터줏대감이다시피 한 수컷 몽땅이와 놀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것인지...

 

수컷들은 같은 수컷들끼리는 영역 다툼을 하지만 암컷에게는 비교적 너그러운 편이더군요.

수컷이 암컷에게 사납게 군다면...

그것은 발정기를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아서 암컷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천둥벌거숭이가 아닐까... 

수컷 방울이가 주리에게 사납게 구는 걸 보면서 그냥 막연히 그리 짐작했었네요.

올해는 방울이도 주리에게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거든요.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보려는... 그런 모습...ㅎ

하지만 수컷이 너무 치대는 것도 암컷에게는 괴로운 일인 듯...

 

 

어쨌거나 이때부터 약 보름 뒤 주리를 포획하는 데 성공을 하는 듯했습니다.

차 문을 열어놓은 뒤 캔으로 유인해서 가두고는 집으로 가 박스를 가지고 나와서 집안으로 들였지요.

다소와 라미는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라하는데...

주리는 먹을 것을 폭풍 흡입하고는... 밖에 나가려고도 하지 않고... 태평하게 쌔근쌔근 잘도 자더군요.

 

 

 

 <집에 들인 날... 자려고 하는 중...>

 

 

 

그런데 다음날 아침... 자꾸 밖으로 나가려고 해서 보니... 뜨아~~

주리 가슴이 퉁퉁 불어 있는 것이었어요.

그새 또 해산을 한 모양이에요.

제 가슴은 또 철렁!

어미를 하룻밤 잡아두었으니... 그 사이 새끼들은 어쩌고 있었을까...

혹여 새끼들이 잘못된 것은 아닐지...

 

일단 주리를 보내야 했습니다.

문을 열어 주고... 가는 데를 뒤밟아 가려고 했는데...

정말 쏜살같이 내빼더군요.

허겁지겁 뒤쫓아봤으나 주리의 속도를 따라가기는 역부족...

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주리를 보내고...

전 또 새끼들이 잘못됐을까봐 노심초사해야 했습니다.

 

 

 

 

<주리야...>

 

 

 

주리야... 전생에 넌 나와 무슨 연이었기에...

 

너로 인해 이리도 내가 마음 고생을 해야 한단 말이더냐...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