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언니가, TV <동물농장>에 나온 이야기 중 한 꼬마아이가 길고양이와 주고받는 교감이 뭉클했다며 한번 봐보라고 권한 적이 있었다.
오늘(벌써 날짜가 지났으니 어제인가?ㅎ) 아침 드디어 그 프로그램을 열어보았다.
10살밖에 되지 않았다는 여자아이가, 길 생활을 하다 덫에 걸려 다리를 다친 고양이를 구조하려다 한번 실패하고 다시 그 고양이와 신뢰를 쌓아가며 마침내 구조에 성공한 이야기였다. 언니 말대로 가슴이 뭉클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길고양이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그 꼬마아이가 참 대견하고, 고맙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TV를 보는 동안 나를 뭉클하게 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를 뭉클하게도.. 혹은 깜짝 놀라게도 한 건 우리 다복이의 행동이었다.
내 발치에 앉아 함께 TV를 보던 다복이는, 화면 속에서 그 여자아이가 애타게 양이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자 TV 옆으로 가서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그 여자아이가 우는 장면이 나오자 화면을 어루만지는 것이었다.
화면을 어루만지는 순간은 놓쳤다.
이때만 해도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다복이가 참 열심히 보는구나.. 생각만 했다.
그리곤 그 모습을 한 장 남긴 것이다.
이 방송을 본 이후 본 방송으로 돌려 일요일 아침 프로인 <동물농장>을 보았다.
우리 다복이는 잠깐 딴짓을 하다 다시 내 앞으로 와서 함께 보고 있었다.
이렇게 멀찌감치 앉아서 보던 다복이는..
주인의 손을 놓치고 빼빼 마른 채 바깥 생활을 하던 강아지를 찾아
주인이 그 강아지가 곁으로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부르는 장면에서
다시 TV 앞으로 바짝 다가갔다.
그 앞에서 고개를 쳐들고.. 눈을 못 떼고 바라보던 다복이는..
주인이 울먹거리자.. 다시 벌떡 일어서서 화면을 어루만지는 것이었다.
그 장면이 지나고, 병원 장면이 나오자 다시 내려와서 보았다.
그런데.. 그 에피소드에 이어..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는 사람들의 사연이 잠깐잠깐 스쳐지나고..
조금 더 울먹거리는 사람이 나왔는데.. 그때 다시 한번 벌떡 일어나더니 화면을 어루만졌다.
너무 순식간들이라 어루만지는 장면들을 사진으로 포착하는 건 놓쳤으나..
나는 이 장면들을 생생하게 보았기에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이상했다.
그리고 이전 일들이 생각났다.
다복이가 나를 위로하던..
티스토리에 포스팅을 한번 하기도 했던 일..
다복이는 내가 울 때.. 슬며시 다가와 내 팔을 어루만지거나 내 뺨을 어루만지곤 한 적이 있다.
하도 이상하여 다복이가 있는 데서 슬픈 척해볼 때도 있었지만..
연기로 슬퍼할 때는 용케도 아는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울 때 나를 위로하는 행동을 했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함께 사는 반려인과 교감한 것이고..
그런 일은 그래도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닌가..
그런데.. 오늘 두 편의 <동물농장>을 연이어 보면서..
세 번이나 울먹이는 이들을 향해 앞발을 뻗어 어루만지는 우리 다복이의 행동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 다복이가 사람이 슬퍼하는 걸 감지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둘째 다람이는 누군가 두려워하거나 고통스러워하는 것에
조금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
그런데.. 우리 다복이는 슬픔에 더 예민한 반응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뭐라 결론짓기 힘들다. 그저 우연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오늘 우리 다복이의 행동을 보면서.. 앞으로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우리 다씨냥들을 세심하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고양이의 교감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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