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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여운

나와 보낸 십 년.. 행복했니?

2006년 5월 8일 어버이날

엄니와 안산에서 산책을 나갔다 돌아오는 길..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딸을 데리고 골목에서 큰 길로 나가 택시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곁으로 비칠비칠 걸어가는 작디작은 고양이 한 마리..

그 아주머니와 여자아이는..  곁에 다가오는 고양이새끼를 뒤돌아보다 택시를 타고 떠나고..

아주 작은 고양이는 넘어질 듯.. 넘어질 듯.. 그렇게 위태한 걸음을 계속해서 큰 길로 내딛고 있었다.

차들이 씽씽 달리는 도로.. 그 다음 상황은 보지 않아도 누구나 짐작 가능한 상황이었다.

주위에는 몇몇 사람이 그 상황을 보고 있었으나.. 다들 보고만 있을 뿐..

내가 달려가 그 작디작은 고양이를 안아들었을 때, 그 곁으로 쌩~ 스쳐지나던 승용차 한 대..

조금만 더 머뭇거렸다면.. 내게 두고두고 회한을 안겼을 상황이었다.

 

어미 떨어진 지 얼마나 되었는지..

손 안에서 파르르 떠는 조그만 새끼고양이는 빼빼 마르고.. 얼굴에 생채기도 나 있었다.

그대로 그냥 길에 둔다면.. 이 조그만 아이가.. 얼마나 더 생명을 부지할 수 있을까..

첫째 다소도 키울래서 키운 게 아니었지만..

이 조그만 생명을 길에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었다.

 

원주로 데려가겠다고 하자.. 어머니는 그냥 놓아두지 그러냐고 잔소리를 하시면서도..

데려갈 수 있게끔 빈 박스를 주섬주섬 챙기셨다.

그날따라 차도 가지고 가지 않아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기에..

차 안에서 울면 어쩌나.. 뭐라도 싸면 어쩌나.. 염려가 되었으나.. 어쨌든 그곳에 그냥 놓아둘 수는 없었다.

원주로 오는 동안.. 차 안에서 숨소리 하나 내지 않던 새끼고양이..

혹여 죽지나 않았는지.. 중간중간 확인을 해야 할 정도였다.

 

우리 둘째 다람이는 그렇게 나와 연이 닿았다.

 

 

<집에 데리고 온 날..>

 

<보통의 화장실이 이렇게 커보이도록 작았던 다람이..>

 

 

<집에 들어온 며칠 뒤.. 목욕하는 다람이와 지켜보는 다소>

 

 

<목욕하고 처음 안방에 입성했던 때..>

 

 

그렇게 다람이가 꼬꼬마로 내 품에 들어온 후.. 그로부터 십 년이 흘렀다.

 

그 사이 다람이는 행복했을까??

 

 

사실..

처음에 너무나 까칠하게 대하던 다소와는 금세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되어

서로 붙어지내는 자매지간이 되었다.

 

 

 

 

 

 

 

하지만.. 둘이 오붓하게 지내던 생활 속에 난데없이 새로운 고양이가 출현했으니..

이름하여 주리..

 

주리가 나타난 뒤로.. 자신을 향해 무한 애정을 쏟던 다소의 태도가 변하고..

하루하루 설움의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다 주리의 아깽이들이 태어나고.. 자신이 머물던 자리들을 아깽이들한테 내어주면서.. 한쪽 구석탱이에 찌그러져야 했던 시간들...

 

 

<이렇게 좋아하는...>

 

 

<트리얀을 뜯으며..>

 

<입맛을 다시고..>

 

<햇살을 음미하던 베란다도..>

 

<꼬물꼬물대는...>

 

<아깽이들한테 내주고..>

 

<다소 언니와 장난치며..>

 

 

<편안하게 쉬던 자리도..>

 

<좋아하던 놀이터 맨 위칸도..>

 

<죄다.. 아깽이들한테 내어주고..>

 

<구석탱이에 찌그러져야 했던..>

 

<그 시간들..>

 

 

특히 좋아하던 다소가 쌀쌀맞게 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의 상처를 주었던 듯..

다소도 예기치 않았던 상황으로 인해 다람이에게 예민하게 대했겠지만..

나보다 더 의지가 되었던 다소가 한순간에 그렇게 쌀쌀맞아지자

다람이는 너무나 힘들어했다.

 

주리 들어오기 전... 혼자서도 똥꼬발랄 뛰놀던 다람이가..

 

점점 의기소침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마음이 아팠다.

 

 

<주리 들어오기 며칠 전... 놀던 다람이 모습..>

 

 

<주리 들어온 이후.. 점점 표정이 침울해지며..>

 

 

<구석 자리만 고수하던 다람이..>

 

점점 움직임이 없어지고..

구석자리만 파고들면서 힘들어하는 다람이를 보면서..

한편으로 미안하고..

그런 시간들이 이어지면서.. 혹여 아프지나 않을까 염려되고..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내 손길에 기대며.. 내 품을 파고들며.. 애정을 확인하곤 했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마치 서로의 존재가 스미듯.. 다람이도 아깽이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아깽이들이 다가오면.. 멀찌감치 도망부터 가던 다람이가..

 

슬슬 곁을 내주고..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렇게 평화로운 시간이 돌아왔다...

 

 

 

 

 

 

 

피가 섞이지 않은 남남이 만나.. 가족으로 재탄생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그 시간들 동안..

마음도 아프고.. 눈물 삼키는 시간들도 있었지만..

 

 

 

 

 

 

어제.. 이렇게 머리 맞대고 잠든 다람이와 다라를 보면서..

 

 

 

 

그리고.. 나와 한 베게를 베고..

 

 

 

내 품안에서 잠드는 다람이를 보면서..

 

나는 안도한다..

 

이제 적어도 노심초사하는 시간들은 지난 거라고..

 

그리고 내 품안에서 골골송을 부르는 다람이를 보는 시간이 나는 행복하다..

.

.

.

 

어쩌면.. 지금도 다람이는 속앓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안하다.

 

그동안.. 다른 집들처럼 풍요롭게 지내게 해준 것도 아니면서..

 

마음의 아픔까지 겪게 한 것에 대해서..

 

하지만.. 누구보다 나의 마음을 잘 읽고 있는 것이 다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믿는다..

 

내가 더없이 사랑한다는 것을 알 거라고..

 

내가 끝까지 지켜줄 거라는 것을 알 거라고..

 

 

 

 

 

라미.. 우리 둘째 다람이..

 

다람아~

 

나와 보낸 십 년.. 행복했니?

 

너를 혹여 불행하게 한 것은 아닌지.. 가끔 염려되곤 했단다..

 

 

다람아.. 나와 함께 지낸 십 년이 마냥 행복하지 않았을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함께 보낼 남은 시간들은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보내보자~~

 

사랑한다~ 우리 다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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