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양이의 여운

"말이 마음을 다할 수 없을 때"

 

우리 다이, 오늘 병원 다녀와서, 밥과 약을 먹이고 나니 곤한지 잠이 들었네요.

빼짝 마르고.. 털도 푸석푸석해진 우리 다이..

 

한 달이 조금 넘게 어머니가 와 계셨는데요.

그동안 계절학기까지 있어서, 매일 강의하랴.. 강의 준비하랴..

조금 시간이 난다 싶으면 어머니 말벗 해 드리랴..

고양이털 싫어하는 어머니가 계시니 청소도 좀 더 자주 해야 하고..

그 한 달 사이 매주 손님들이 다녀가고.. 친척 상도 치르고..

그러다보니 애들에게 조금 소홀했어요.

 

어머니가 오라버니네로 가시기 며칠 전부터 이상하게 다이가 뭘 잘 먹지 않고 마른다 싶어서..

영양제를 먹였는데.. 그래도 살이 붙질 않더군요.

어머니 가시고 며칠 뒤.. 

아무래도 너무 마르는 게 심상치 않다 싶어 병원에 전화를 하니

12시간 금식을 시켜 데려오라고 하더군요.

 

하루 종일 지켜보면서.. 이때만 해도..

한창 더워서 입맛도 없고..

어머니가 와계시는 동안 스트레스도 받고.. 그래서 그러는 걸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당연히 병원에 가도 '아무 이상 없다.. 단지 식욕 부진'이라고 그런 진단이 나올 거라 생각했지요.

그래도 혹시 몰라 병원엘 간 건데..

 

 

 

다이 검사 결과예요.

왼쪽 것은 지난 주 금요일 결과.. 오른쪽 것이 오늘 결과..

가운데 수기로 표현한 것이 이 병원의 검사 기기상 표준 수치예요.

 

지난 주,

4번 T-Bil이 높아서 담낭염이 의심되고,

 7번 Cre이 높아서 신장이 안 좋은 거 같다는 진단을 받았었지요.

 

오늘..

7번 Cre는 정상 수치를 회복했고

4번 T-Bil도 조금 낮아졌네요.

그런데 1번 Glu, 2번 T-Cho, 5번 GOT, 6번 GPT가 더 높아졌어요.

 

신장은 좋아졌는데, 간쪽이 안 좋다는 결과.

1번 혈당과, 2번 콜레스테롤이 같이 높게 나온 걸 보면 스트레스가 높은 거 같기도 하다고..

 

몸도 안 좋은데..

지난 주말 또 3박4일 가족들이 대거 와서 북적거리다 갔으니..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을 거예요.

다들 고양이를 싫어하는데.. 고양이가 아프다고 모임을 취소하면 더 싫어하게 될까봐 말도 못 하고..

또 스스로 밥을 안 먹기 때문에 계속 강제급식을 하고.. 쓴 약을 먹고.. 그것도 스트레스가 되었겠지요.

 

검사 결과에 따른 처방은 다음과 같았어요.

 

 

 

왼쪽 것이 지난 주 처방.. 오른쪽 것이 오늘 처방..

 

이렇게 먹이면서 다음 주 결과를 보기로 했어요.

 

그래도 다행인 건.. 이번 주 결과에서 크레아틴이 정상 수치 범위내로 들어온 것이에요.

 

지난 주 금요일 신장 약화 진단을 받고.. 처방식을 먹어야 하는데.. 병원에 고양이 처방식이 없다고..

주문하면 화요일에나 온다는 소리에.. 당황했는데..

 

황금가지님이 그 소식을 듣고..

그 밤중에 대발이 살아 있을 때 다니시던 병원에 들러 처방식을 사들고,

먼 길을 한달음에 달려 오셨지요.

 

 

 

황금가지님, 당신 몸도 허약하신데..

오신다는 기별도 없이,

이것저것 바리바리 싸들고 그 먼 길을 달려오셨음에도..

우리 집에 가족들이 와 있어, 들어와보시지도 못하고 되짚어 가시는 모습을 뵈면서..

제 마음이 어찌나 미어지던지...

 

우리 다이 신장 검사 결과가 한 주만에 정상 수치를 회복한 건..

황금가지님 정성 덕분이에요.

 

이 고마움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을까요.

 

 

 

 

 

 

 

 

 

 

 

 

 

다씨냥들이 요즘 다들 조금씩 식욕이 떨어지고..

기운들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 다이 병원을 다녀온 뒤.. 한숨 돌렸네요.

 

신장은 안 좋아지면 걷잡을 수 없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얼마나 염려를 했는지..

그런데.. 황금가지님이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시고 도와주신 덕분에..

다이 신장 기능이 쉽게 회복을 한 듯합니다.

 

 

 

다녀가시면서 가져다 주신 조각상..

한지 곱게 잘라 접어 묶어 보내주신 포장지도 허투루 버릴 수 없어..

책 한 권 싸서 단으로 쓰고.. 잘 보이는 책장 위에 올려 놓았어요.

 

 

 

 

그리고 함께 선물해주신 다기..

 

 

 

동봉해주신 차를 오늘에서야 맛을 봤어요.

그동안은.. 제 마음이 번잡하니 차 맛을 제대로 느끼질 못할 거 같아서..

 

한숨 돌리고 나니.. 그래도 차 맛이 느껴집니다.

 

 

 

 

차를 마시면서.. 곱게 써내려간 편지를 읽는 동안..

 

 

 

 

찻잔의 꽃잎과, 편지지의 꽃잎에서 절로 향기가 납니다.

 

 

 

 

 

황금가지님과 대발이가 편지에 쓰셨지요.

 

 

"말이 마음을 다할 수 없을 때 그냥, 그냥.."

 

 

저도 황금가지님께 그래야 할 거 같습니다.

 

 

"그냥.. 그냥.."

 

 

(대발이도 황금가지님께 저와 같은 심정일 거예요.)

 

 

 

 

 

다이야~ 현재 안 좋은 것도 얼른 나아서..

황금가지님 정성에 보답하자~~

 

 

(우리 다이와 같은 증상을 보였던 분들, 조언을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