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양이의 여운

모든 사랑에는 아픔도 따른다...

 

 

우리 주리.. 다주리.. 잘 있는 거지?

네가 떠난 뒤...

3년이라는 세월이 속절없이 흘러버렸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너를 집에 들였더라면...

겨울 초입부터 폭설이 내리던 그 겨울을 바깥에서 보내게 하지 않았더라면...

넌 지금 내 곁에 있을까?

 

 

 

 

 

 

 

 

집에 들어온 뒤.. 잠시 베란다에 머물 때...

거실에 들어오고 싶어 빼꼼히 바라보다... 이내 발걸음을 돌려 너의 잠자리로 갈 때...

그때도 그 모습이 짠했지만... 네가 떠난 뒤 그 모습은 새록새록 나를 아프게 했단다.

 

집냥이였던 네가 길냥이가 되지 않았다면... 겪지 않아도 되었을 그런 시간들...

 

그런 아픔의 시간들을 건너고도,

마음을 닫아버리지 않고 거침없이 사랑을 주던 너...

네가 길거리에 버려진 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넌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냥이였어...

 

 

 

 

 

 

 

 

 

 

 

 

 

 

 

 

 

 

 

 

 

 

 

 

 

 

 

 

 

 

 

 

 

 

 

 

 

 

 

 

 

 

 

 

 

 

 

 

스토커처럼 나를 따르던 너였지만...

그런 네가 새끼들에게는 또 얼마나 지극정성인 어미였는지...

 

네가 선물처럼 내 곁에 남기고 간 다행이, 다복이, 다이, 다라는 아주 잘 지내고 있어.

 

어찌나 우애들이 좋은지...

이 뜨뜻 더운 날씨에도 서로 붙어서 잠을 자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사랑 많은 너를 쏘옥 빼닮았지.

 

 

<다복, 다행>

 

<다라, 다이>

 

 

.

.

.

 

 

 

고양이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고양이가 떠나면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고 표현하곤 해.

 

네가 떠나고 한 달 무렵이 지났을 때...

일터에서, 내 생애 가장 선명한 무지개를 보았어.

 

그때까지 네가 떠난 것이 모두가 내 잘못인 것만 같아

마음을 못 잡고 있던 내게...

동물 하나 죽은 거 가지고 유난떤다고 할까봐... 속으로 삭이면서... 마음이 곪아가던 내게...

 

네가 잘 도착했다고 보내는 메시지인 것만 같았지.

 

그 무지개를 본 날... 무척 많이 울었지만...

그 무지개를 본 후, 나는 겨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어.

 

어쩌면... 난 그때 그렇게라도 내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너를 회상할 때면... 견딜 수 없을 만큼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진 않지만...

 

그럼에도 너의 사진을 볼 때면... 가슴이 저릿해...

 

하지만...

너를 떠올리는 것이 아픔일지라도...

그게 너와 내가 주고받은 교감의 대가라면...

그래서... 너를 잊지 않는 한... 내가 겪어야 하는 몫이라면...

피하지 않으려고 해.

 

 

 

 

언젠가... 아픔 없이 너를 떠올리는 때가 올까??

 

집냥이였던 것을 뻔히 알면서도 길거리를 헤매던 너를 일찍 품어안지 못한 죄책감이 사라지면...

너를 병실에서 홀로 보낸 그 회한이 사라지면...

아픔 없이 너를 떠올릴 수 있을까??

 

 

 

 

 

아픔이 점차 줄어들긴 하겠지만...

너를 기억하는 한...

아픔 없이 너를 떠올릴 수 없을 거란 걸 난 알아.

 

왜냐면...

세상의 모든 사랑에는 아픔도 따른다는 걸 난 알거든...

 

 

회한으로 남은 시간들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너를 만나 사랑했던 순간만큼은 영원할 거야...

 

 

우리 다주리... 사랑한다...